3박 4일 방콕 가족여행기
우리 가족은 2년 전부터 언젠간 다함께 해외 여행을 가자 라는 목표로 매달 각자 10만 원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아빠는 합쳐서 10만원이라고 배려해줘서 ㅎㅎㅎ)
처음엔 많이 모아서 뉴욕에 가고싶다는 둘째 딸의 의견으로 시작한 우리의 '여행계'
매번 상황이 좋은게 아니라 그 돈 오만원이 뭔지, 얼마안되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모은다는게 생각보다 쉽지않았습니다.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경기가 안좋아서 제가하는 일도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아 중간에 그만하자고 해야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식들이 가족여행을 가고싶다고 모으자고 한건데..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넣다보니 어느새 우리 통장에는 천만원이라고하는 거금이 생겼습니다.
그사이 결혼한 둘째딸이 너무 늦어지기전에 뉴욕이 아니라도 좋으니 '첫 가족 해외여행'을 가자고 의견을 냈습니다.
해외여행은 가끔 친정식구들 모임이나, 어머님과 함께 중국과 베트남에 가봤던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자식들과 함께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왠지 더 설레고 기대가 되더군요.
여행을 자주 다니던 둘째딸의 주도로 저희의 첫 여행지는 태국 방콕으로 결정됬습니다.
혼자 비행기편부터 숙소, 식당까지 알아보면서 중간에 심통이났는지 안가겠다고 툴툴대던 딸 덕에
그저 편하게 행복하게 다녀왔던 여행 일기를 써보려고합니다.
처음이라서 더 특별했고, 처음이라서 더 서툴렀고 서로 다른 기대를 품고 떠난 여행이었기에 사소한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결국엔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오래도록 남을 추억이 되길 바라며, 그 순간들을 기록해봅니다.

딸이 일주일에 한번씩 수정해서 보내던 여행계획
첫날 - 설렘 가득한 출발, 방콕의 첫인상
비행기를 타고 긴 시간을 날아 방콕에 도착한 시간은 00:45. 공항을 나서는 순간 느껴지는 후끈한 공기에 가족 모두가 동시에 감탄했다. 한국에서는 두꺼운 옷을 입고 떠났는데, 방콕은 마치 한여름 같았다.
숙소는 애스콧 사톤 방콕 호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해외 호텔에 도착한 순간 여행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나뿐만이 아닌지 다들 짐을 풀면서도 들뜬 모습이었다. “우리 진짜 여행 온 거 맞지?” 하며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가볍게 먹고 점심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빈쏨땀에서 먹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맛있었고, 태국 음식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메뉴를 봐도 뭐가뭔지 몰라서 그저 다양하게 많이 시켜버렸더니 정작 맛있는 음식인데 이름도 모르는게 아쉬웠다.
이후에는 배를 타고 이동해 방콕의 대표적인 사원 두 곳을 방문했다.

배를타러 선착장으로 갈때 돈을 아끼겠다며 소화시킬겸 걸어가자는 딸들 성화에 걷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길을 두번이나 잘못들어서 우리의 첫 싸움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더위에 짜증이 나는지 말수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두 딸은 서로 의견이 맞다며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막내아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힘들어서 앉아있었다...ㅎㅎㅎㅎ
그늘에 주저앉아서 둘의 논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옆 노점 같은 식당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더운날, 마치 푸드트럭 같은 곳에서 테이블에 앉아 덮밥처럼 보이는 음식을 드시고 계셨는데 에어컨도 없는 그곳에서 웃으면서 대화하는 그분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반대로 우리는 가족끼리 행복한 여행을 하러 왔는데 왜 이정도에 서로 인상을 쓰고 싸우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걸 보고, 어떤걸 먹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온가족이 '첫 해외여행'을 '함께'한다는게 중요한건데.
두딸을 불러놓고 내가 느낀 감정을 설명하며 꼭 일정대로 하지않아도 되니 우리도 이순간을 즐기자고 말했다.
삐쭉거리는 둘째딸과 민망한듯 사과하는 큰딸
잠깐 얘기를 나누던 둘은 언제그랬냐는 듯이 힘들게해서 죄송하다며 본인들이 먼저가서 보고오겠다고 우리를 두고 사라졌다.
누나들이 우리버리고 간거면 어쩌냐는 귀여운 막내아들의 불안함도 잠시 두딸은 아주 커다란 수박주스를 들고 나타났다.
(참고로 막내는 어리지않다..이제 30살..)
그 수박주스가 어찌나 맛있던지..
사실 오분도 안되는거리에 선착장이 있었다며 밝게 웃는 딸들을 보면서 우리의 방콕여행은 아주 행복할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도착한 사원은 웅장하고 멋있었다.
사실 멋있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사원이 기억에 남는 것보다는, 거기까지 가는 우리의 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것 같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카오산 로드. 각종 기념품 가게와 노점이 늘어서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음악과 사람들의 활기찬 분위기가 마음까지 들뜨게 했다.
가족들 모두 코끼리 의류를 하나씩 사기로했다. 큰딸은 바지를, 둘째딸과 나는 코끼리 원피스를, 아들과 남편은 셔츠를 하나씩 구매했다. 아들은 처음엔 쑥스러워했지만, 결국 "그래, 여행 기분 내자!" 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여행지에서 맞춰 입은 옷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나오는 사이에, 도미노 피자 배달이 왔다.
방콕도 배달이 잘되는구나....
그것보다 우리는 왜 방콕까지와서 도미노피자를 먹고있는거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방콕에서 먹는 도미노 피자는 한국과는 다르게 또 새로운 맛이었다. (심지어 배달도 빨리왔다..)
방에서 오늘 본 것들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피자를 먹는 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일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랫만에 대전 여행 (2) | 2025.02.21 |
---|---|
식단 관리는 힘듭니다... (0) | 2025.02.17 |
조금 이른 오전 산책을 하고 오는 길 (0) | 2025.02.14 |